대리운전을 하면 만날 수 있는 진상들

대리운전을 하다보면 만날 수 있는 진상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대리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 어쨋든 술을 마신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다 보니 주취자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는데요. 대리운전은 다른 업종에 비해 진상들이 매우 많은 편입니다. 그 이유로는 당연하게도 손님의 거의 대부분이 술을 마신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대리를 생각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들을 말로는 많이들 들어보았겠지만, 직접 경험하고 느낀 부분에서만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야간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물론 좋은 사람도 있지만 진상은 어디있기나 마련입니다. 대리운전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비 걸고, 반말, 욕설, 인격 무시 하는 등의 경우는 생각보다 너무 자주있기 때문에 그닥 진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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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게 술을 마시면 과격해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이런 일들을 하나하나 대응하다보면 내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때문에 술마시고 꼬장피우는 건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 실질적으로 나에게 손해를 입히는 진상들을 적어보겠습니다.

내가 보는 대리 손님 진상

1. 돈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

대리운전 비용을 아까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리비를 지불하는 것 자체에 우선적으로 불만을 품고 있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돈 가지고 뭐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대리비를 지정한 것은 아닌데요. 대리를 불러놓고도 장시간 대리가 안잡혀서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가격이면 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대리비는 싸다. 택시비 버스비 지하철 다 올라도 대리비는 안 오른다.

또한 다음날 돈준다는 사람들. 다음날 돈을 준다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안 주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당장에 현금이 없는데도, 현금콜을 부르고 난 후에 도착하고 나면 보유한 현금이 없다고 내일 입금해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야기하면 내가 그 돈 떼먹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그정도밖에 안되는 돈이면 지금 주면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이런 경우는 흔하게 발생하는 경우지만 매번 난감한데요.

대리 운전은 특성상 도착하고 주차까지 마치고 난 후에 돈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난 후에 돈을 받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돈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고 도착해서 배째라 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도 도착 후 돈 달라고 하니 회사에서 돈이 나가는 항목이라서... 내일 입금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지금 주셔야합니다고 했다가 정색하면서 내일 준다고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적으로 변하는 목소리는 잊혀지지가 않네요.

돈을 줄 수 없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애초에 부르지 말아야하는게 상식아닐까요. 내가 정당하게 일을 하고 돈을 받는게 맞지만  그럼에도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게 현실입니다. 글쓰면서 생각해보니 또 짜증나네요. 이런 사람들은 식당에서도 밥먹고 내일 입금한다고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식당같은데서는 잘 그러지 않겠죠. 그만큼 대리라는 일을 하찮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대리 운전하는 저역시도 이 일이 누구나 할 수 있고 하찮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대리기사는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손님은 집에 가고자 하는 목적이 서로 부합하잖아요.

 

이런 경우에 모르는 분들은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생각보다 경찰들은 대리기사에게 협조적이지 않고 설령 도착해서 해결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피크시간이라면 그 돈 받으려고 소비한 시간동안 내가 놓치게 될 다른 콜들로 인해 오히려 손해가 더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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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리업체에서는 뭐 보호가 없을까?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네 없습니다. 운행을 마치고 나면 현금콜의 경우에는 현금을 수령했다는 부분을 체크하게 되어있는데 이 부분을 체크하지 않으면 다음 콜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받지 못해도 받았다고 일단 체크해야합니다. 대리 업체에게 기사는 그 운행 한 건만 하고 나면 볼일 없는 관계지만 손님은 계속해서 끌고 가야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대리기사는 넘쳐납니다.

 

비슷한 사례로 잠들어버려서 돈을 받아야하는데 못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마시면 잠이 오니까... 잠에 들 수는 있는데요. 도착하고 나면 그래도 돈을 지불해줘야하지만 그냥 너무 취해서 잠들었을 때, 그렇다고 손님 지갑을 열어서 돈을 가져갈 수도 없고 이것도 난감합니다. 흔들어서 깨우고 창문열고 소리를 높여도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 특히나 손님이 여성이라면 터치할 수도 없습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무슨 일에 엮일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만취한 상태인 사람이 잠들었을때... 돈 받아내기 참 힘듭니다. 내가 불법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당연하게 돈을 받는게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너무 만취했는데 현금콜이다 그럼 저는 그냥 취소합니다. 이런 손님들의 경우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하는 행동은 나쁩니다.

다음날 진짜 입금할까?

2. 시간을 뺏아가는 사람들

대리기사는 특성상 피크 시간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보통 9시~오전 1시까지 바짝 운행을 해야 하루 성과를 볼 수 있는 직종인데요. 그렇기에 시간에 굉장히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 뺏기는 경우로 출발 전 대기시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운다거나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등 이유야 많겠지만 어쨋든 도착해서 출발하기 전에 대기를 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호의를 배풀어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취소하고 다른 콜을 잡는게 더 시간적으로 이득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취소하고 또 새로운 콜을 잡아서 거기까지 가는 것과 비교해보면 잠깐 기다리는게 맞다는 판단하에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나 10분 20분...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시간이 지체되면 정말 애가 탑니다. 사람들과 친한건 알겠고 헤어지기 아쉬운 것도 정말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해야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오래 대기를 해야한다면 취소를 하고 나중에 새로 잡든지 아니면 대기하는 것에 맞는 돈을 주는게 맞아요.. 이외에도 운행 중 잠깐 멈춰서 화장실 좀 간다, 담배 하나만 사온다, 내려서 담배피고 가자 등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시간을 뺏아갑니다.

도착한지 10분 넘게 담배피고 이야기 중.

 

공짜로 경유해달라는 사람들. 갑자기 친구나 지인 등을 태워다 주고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경유하니까 비용을 더 달라고 말을 해야하는데요. 애초에 설정된 일보다 더 많이 일을 하게 되는 거니 더 일을 하는 것만큼 합당한 금액을 받아야합니다. 그러나,,, 가까운데 그냥 가면 안되요? 하는 사람들 정말정말 많습니다. 경유하는 거 그거 얼마 가는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좀 가달라고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덤 문화일까요? 팁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할것만 서로 딱하고 가면 좋을 텐데, 그냥 무지성으로 더 많은 노동을 바라면서 대가는 지불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유할거면 그에 맞는 금액을 합당하게 지불하는게 맞습니다. 어영부영 뭉게가지고 대충 그냥 가려고 하는 사람들... 공짜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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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받고 도착했는데 취소하는 사람들. 콜을 잡고나면 우선적으로 기사는 전화를 해서 정확한 출발지를 파악하고 이동해야합니다. 도착하는데 보통 10분 내외의 거리를 잡기 때문에 이동하는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도착할 때 쯤 혹은 도착하고 나서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만일 내가 버스, 카카오바이크 등을 이용했다면 그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운행은 운행대로 못하는 그런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10분 걸린다고 했더니 10분에서 1초라도 더 늦으면 취소한다더라고요. 10분 안걸릴 줄 알았는데 재수가 없게 횡단보도가 다 빨간불 걸려서 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진짜 취소하더라고요. 그래서 애초에 이런 손님들은 더 열심히 뛰어서 가야지 하지말고 걸러야합니다.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화풀이하고 스트레스 풀 상대가 필요한 겁니다.

 

글을 쓰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적어볼게요... 돈, 시간 두가지를 위주로 진상을 봤습니다. 정신적으로 타격을 주는 건 이제는 별로 타격감이 없어서 진상으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기 위해 사람을 불렀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위해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요. 서로 절대 상냥하게 대할 필요도 없고 대리 기사는 안전하게 운행해서 손님 집까지 주차하고, 손님은 그에 맞는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난생 처음보고 앞으로도 볼 일 없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고 욕하고 시비걸고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대리기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두 번 다시 인생에서 안보았으면 좋겠지만 그 대리기사 역시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서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돈을 지불하고 돈을 받는 건데, 일단 내가 제공받은 서비스, 내가 받는 돈에 대해서는 서로 상식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중간 바디캠 구매링크를 넣었는데요. 일할 때 바디캠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굳이 녹화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디캠을 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의 눈은 또 엄청나게 보기 때문에 진상이 바디캠보고는 갑자기 아무말 안하고 그냥 갈 때도 있어요. 대리 기사 입장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내편인 건 바디캠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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